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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시작된 신한울 원자력발전소건설갈등이 지난 11월 21일 한국수력원자력과 울진군이 합의서에 서명함으로써 15년에 걸친 협상이 마무리 되었다. 울진군에는 현재 가동 중인 6개를 비롯하여 향후 4개를 추가로 건설하여 총 10개의 원자력발전소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 합의과정에서 울진은 2800억원 규모의 지원을 받게 된다. 어찌 보면 상당히 많은 지원금을 받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 더 많은 지원금이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고통을 감수하는 지역민들을 욕심이 과하다고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신한울 원전건설갈등해결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대단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첫째, 갈등해결의 기본 원칙 중의 하나인 대안중심의 대화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지난 15여년간 오해와 불신, 그리고 감정적 대립이 왜 없었겠는가만은, 그러한 감정을 문제로부터 분리시켜 협상을 진행하였기 때문에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둘째, 이 과정에서 원자력발전소건설에 대하여 형성되어 온 지역공동체의식이 주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며, 지역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지역현안을 해결하는 주요한 방편으로 동네거버넌스(Community Governance)를 강조하고 있는 추세인데, 이를 울진에서 활용하였다는 것은 울진군민들의 선진화된 주민의식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한국수력원자력발전과 정부측의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의 진정성도 합의형성의 주요한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넷째, 전국민들을 위한 희생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가 투쟁의 결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닌 합리적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지급되는 것이라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측면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좋은 거버넌스(Good Governance)’가 형성된 사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갈등이 항상 신한울 사례와 같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지는 않는다. 특히 원자력발전소건설과 송변전소 건설은 건강권, 보상권, 형평성, 환경성 등 쉽지 않은 의제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나 한수원측에서 원하는 대로 건설이 이루어지지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지역에 발전소를 짓기 보다는 이미 발전소가 존재하는 지역에 추가적으로 짓는 것이 주민설득이 수월하고 국토 이용측면에서도 분산하기 보다는 일정한 곳에 발전소를 운영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항상 소수의 지역들이 고통을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당진, 보령, 광양, 고리, 울진 등 원자력이나 화력발전소들이 집단적으로 형성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발전소 주변지역들도 전기를 송전하기 위한 선로들이 거미줄처럼 지나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무심히 사용하고 있는 전기가 소수의 피해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바탕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인지하고 있고 그들에게 감사하고 있을까? 감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송전선 갈등이나 발전소건설을 둘러싼 갈등을 남의 일처럼 간단히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전기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과 행태가 변하지 않으면 발전소와 송변전선 건설관련 갈등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 첫째, 우리 국민들의 전기사용행태가 변화하여야 한다. 낮에도 항상 불이 켜져 있는 사무실, 불필요한 전등이 촘촘히 박혀 불을 밝히고 있는 회의실이나 백화점 등 우리 생활 곳곳에서 낭비되는 전기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전기절약이 생활습관화되지 않으면 발전소건설과 낡은 발전소의 재건축은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사용자지불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발전소나 송변전시설물이 입지하는 지역주민들에게 경제적 혜택을 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반대로 편안하게 전기를 사용하는 사람들로 부터는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청구하여야 한다.
셋째, 만약, 소모적인 갈등이 지속된다면 권역별로 자체적으로 전기를 발전하여 사용하도록 제도화할 필요도 있다. 마치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에 돈을 주고 물을 공급받는 것처럼 전기도 발전소가 있는 지역으로부터 전기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도록 하여 불특정 다수의 세금이 특정지역의 보상금으로 지급되는 불합리함을 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모쪼록 신한울 사례를 거울삼아 사업을 추진하는 측과 이해당사자들간 합리적인 합의형성과정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선우 (방송통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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